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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list: 《무드 오브 퓨처》

  X 도서 《무드 오브 퓨처》에 수록 된 다섯 편의 소설을 읽은 두 명의 독자가 함께 들어보면 좋을 노래들을 선곡했습니다. 팟캐스트 ‘두둠칫 스테이션' 에피소드의 스크립트를 일부 재가공하였으며, 이 페이지에서는 팟캐스트에서 못 다 소개한 선곡 이유를 후술합니다.
- 주제 도서: 《무드 오브 퓨처》(안전가옥, 2022) - 선곡자 1: 윤혜은 @y_sunsilver - 선곡자 2: ㅎㅇ @browneyedseoul

PLAYLIST 들으러 가기

수록작 1. 윤이나 〈아날로그 로맨스〉

연애 서바이벌 프로그램 ‘아날로그 로맨스’가 열린다. 단, 열 명의 참가자들은 모두 다른 국가 출신이며 공용어나 번역기의 부재 속에서 사랑의 화살표를 주고 받을 운명이다. ‘준’은 헤어진 연인이자 이 프로그램의 또 다른 참가자인 ‘올리’와 못 다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프로그램 출연을 감행하는데 . . .
Sunset Rollercoaster - Vanilla(2019)
저는 이 소설을 대만인과 서로의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소통하며 연애했던 언젠가의 저를 떠올리며 읽었어요. 만일 내가 연애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참가자이고 준과 마찬가지로 비로소 나의 간절한 진심을 털어놓는 순간에 처했다면, 그 때 프로그램에서 어떤 배경음이 흘러나올지를 생각해봤답니다. 대만인과 연애했던 한국인 참가자가 열심히 자신의 언어로 감정을 토로할 때, 이 극악무도한 방송국 놈들은 무슨 음악을 틀까요. 분명히 대만 밴드의 노래를 틀었을 것 같은 거예요. -윤혜은
백예린 - 한계(2021)
준은 연애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자발적으로 참여 했지만 그렇다고 진정성 있게 임하는 참가자는 아니예요. 이 사람에게 중요한 건 올리와 못 다한 소통을 잇고 싶은 것 뿐입니다. 하지만,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내내 통역기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준이 이 노래의 가사처럼 “몇 마디의 말과 몇 번의 손짓과 몇 번의 표정"에 좌지우지 되는 것 같아 보였어요. 또 다른 가사인 “빼곡히 들어선 의미라 했지만 나에겐 공허하기만 한 일방성의 무의미함”은 알아들을 수 없는 상대의 말을 계속해서 듣는 일, 하지만 알고 싶은 상대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 같았고요. 준은 과연 이 ‘한계'를 어떻게 뛰어넘을까요? -ㅎㅇ

수록작 2. 이윤정 〈트러블 트레인 라이드〉

남겨진 이가 세상을 떠난 이에 대한 기억 데이터를 모아오면 인공지능이 고인의 캐릭터를 학습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주문형 인격체 AF는 고인을 인격을 점점 닮아가는 존재가 된다. AF의 일과 중 하나는 가상세계의 기차를 타고 남겨진 이들을 만나러 가거나 그들을 배웅하는 것. 그러던 어느 날, ‘AF 지은’은 ‘AF 은수’에게 다가가는데 . . .
러블리즈 - 절대, 비밀(2020)
무수한 인연들이 스쳐가는 기차 플랫폼에 서 있는 어느 AF의 기분으로 읽었습니다. 종래에는 가상 세계 시스템의 바깥에서 독립적으로 인지하고 행동하는 은수와 지은의 은밀한 내면이 담긴 노래를 떠올려봤어요. 러블리즈 특유의 비밀을 간직한 채 혼자 훌쩍 나아가는 여성 서사의 노래들 중에서, ‘절대, 비밀’이 둘의 모습과 어울리는 것 같아요. -윤혜은
이소라 - 너는 나의(2014)
‘너는 나의'라는 노래에 담긴 메시지는 딱 두가지에요. 1) 나는 혼자서 수많은 밤을 보냈음. 2) 너는 나의 hero임. 제게는 두가지 사이의 연결고리가 누락되어 있다는 점 때문에 반복해서 들을수록 더 매력적으로 들리는 곡인데요. 먼저, 지은이 다가와서 말을 붙이기 전까지는 거의 혼자 사는 것과 다름 없던 은수의 입장에서 이 곡을 골라봤어요. 그리고 결국, 지은의 굳은 결심과 행동을 본 은수는 “그대는 나를 위하여 / 너는 이제 나의 hero tonight”라고 외치고 싶지 않았을까 싶어요. -ㅎㅇ

수록작 3. 한송희 〈사랑도 회복이 되나요?〉

무기력하게 살고 있는 비연애주의자 ‘소혜’와 연극 배우이지만 감정이 메말라 있어 직업적 고민에 시달리는 ‘서준’은 옆집에 살고 있는 이웃이다. 우연히 기분 영양제 ‘비타무드’를 같은 시기에 복용하게 된 그들은 약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한 자리에서 마주하게 되는데 . . .
엔하이픈 - Polaroid Love(2022)
점점 다양성을 존중하는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고 해도 우리는 여전히 지독하게도 이성애 중심인 시대를 살아가고 있잖아요. 게다가 한국은 연애 지상주의가 만연해있기도 하고요. 이 소설은 미래의 헤태로 연애가 받게 될지도 모르는 취급을 상상하며 작금의 현실을 아프게 꼬집고 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꿈꾸게 되는 안전한 사랑, 엉망인 삶을 감싸 안아주는 순수한 사랑의 감정을 ‘폴라로이드 러브’가 대변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특히 “사랑, 촌스런 그 감정 / 근데 내 가슴이 뛰어 / 왜 나 이래 나 왜 / 왜 사랑에 목매는 건지 / 어차피 뻔한 감정이잖아 / 분명 다 안다믿었지 / 알고도 빠진 함정인가 봐” 같은 도입부 가사가 사랑에 속수무책으로 휘말리는 소혜의 심경을 잘 표현하는 것 같았죠. -윤혜은
샤이니 - Why so serious?(2013) 
각자 뚜렷한 목적에 집중하던 주인공들이 그런 무게감을 털어버리고 ‘Why so serious?’ 라고 자문하는 것 같아서 이 곡을 골랐어요. “자정이 지난 새벽 진흙 속 눈 뜬 무언가 모두 나를 무서워했지"라는 도입부 가사에서는 소혜가 비타무드를 처음 복용하고 난 후 크고 시끄럽게 앓았던 밤을 보냈던 게 연상됐고요. “휴머니즘 그런 건 몰라 그냥 널 사랑하게 돼"라는 후반부의 랩은 마치 “비연애주의 그런 건 몰라 그냥 널 사랑하게 돼"라고 외치는 소혜의 말처럼 들렸습니다. -ㅎㅇ

수록작 4. 김효인 〈오류의 섬에서 만나요〉

줄거리 : 세상에 도망병이 생겼다. 사람들이 번아웃 증후군의 변형된 형태인 ‘런아웃 증후군'을 앓기 시작했다. 삶의 의욕이 없는 이들은 PW(Perfect world) 사가 운영하는 맞춤형 치료 프로그램에 참가한다. 이 프로그램은 개인이 겪어 온 트라우마 및 삶의 어려움이 모두 제거 된 스테이지에 입장하면서 시작된다. 그러던 어느 날, 런아웃 환자 ‘서이'와 ‘도현'이 속한 스테이지에 오류가 발생하는데 . . .
온앤오프 - 여름의 끝(2021)
‘여름의 끝’은 K-청량함을 잘 담고 있는 곡으로, 아직 닫히지 않은 청춘의 시기를 건너고 있는 이들의 모습이 눈 앞에 그려지는 멜로디와 가사를 담고 있어요. <오류의 섬에서 만나요>에서도 그런 무드를 읽을 수 있었는데요. 이 소설의 엔딩 장면에서 재생하고 싶은 가사가 있어요. “이제 우린 헤어지겠지만 낯선 그 미래에 우리의 궤적이 있었으면 해 /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기억 될까 /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변해 갈까 / 어쩌면 우리 둘 다 추억을 지운 채로 지낼까” 서로의 용기와 애정에 기대어 트라우마를 이겨낸 주인공들이 맞이하는 끝을 곱씹어 보게 됩니다. 슬프되 슬프지만은 않은, 애틋한 끝인 동시에 시작을 기대하는 아름다운 순간을 위한 노래에요. -윤혜은
원필 - 외딴 섬의 외톨이(2022)
데이식스표 신스 사운드를 들을 때마다 절망에서 시작해서 희망으로 닿는 이상한 힘을 얻는데요. 이 곡은 각별히 그런 지점이 극대화 되어 있어요. 무엇보다, 이 곡을 작사한 원필과 이 소설을 쓴 김효인 작가는 정말 영혼을 공유하고 있는 것만 같아요. 오류의 섬에서 서이, 도현은 자신이 싫어하는 것들을 연달아 마주하게 되는데요. 무엇이 왜 그렇게까지 스스로를 두렵게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어느순간부터 두려워하지 않게 되는 모든 과정이 ‘외딴 섬의 외톨이'라는 노래와 맥을 같이 하거든요. 그러니까, 만일 <오류의 섬에서 만나요>이 영상화가 된다면 이 곡이 메인 OST가 되어야 합니다! 안전가옥 분들 영상화 작업을 하시게 되면 부디 JYP에 컨택을! -ㅎㅇ

수록작 5. 오정연 〈유로파의 빛을 담아〉

학창 시절부터 알고 지냈던 ‘현우’와 ‘정현’은 훌쩍 자라 어른이 되었고, 누군가는 우주에, 누군가는 지구에 있다. 유로파의 빛을 담아 보낸 편지가 시공간을 뛰어 넘어 지구에 있는 이에게로 전해지는데 . . .
원위 - 야행성(2019)
만일, 《무드 오브 퓨처》가 책이 아니고 한 장의 앨범이라면 <유로파의 빛을 담아>는 이 앨범의 마지막 트랙이거나 콘서트의 엔딩곡으로 어울리는 작품이에요. 시공간을 거스르며 우정의 연서를 나누는 주인공들을 보며 우주를 노래의 공감각적 배경으로 잘 활용하는 원위(ONEWE)의 노래가 떠올랐어요. ‘야행성’은 깊은 밤 홀로 깨어 있는 화자가 사랑하는 이를 기다리며 시간을 견디는 모습을 그리고 있는데요. 그 상황을 까만 우주에 외로이 빛나는 외딴 행성에 빗대는데, 많은 것을 감내하는 가운데에도 포기할 수 없는 삶과 사랑을 향한 약속, 혹은 다짐 같은 가사가 소설이 전하는 메시지와 맥을 같이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윤혜은
루씨 - One by one(2021)
양궁 국가대표 안산 선수님이 애호하는 밴드로 처음 알게 되었던 루씨(LUCY)의 음악 중 하나를 골랐습니다. 시공간의 한계를 뛰어넘기를 거듭해도 당장 서로에게 닿을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급하게 굴지 않으려는 소설 속 두 사람의 모습이 ‘One by one’의 분위기와 닮아 있어요. 《무드 오브 퓨처》의 표지 속 보라색 하트를 바라볼 때 드는 감상이 이 곡의 분위기와도 어쩐지 닮아있고요.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여운을 유지하는 데에 도움이 되실 거예요. -ㅎ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