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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핑크-Lovesick Gir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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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곡자
게스트 선정
오세연 제가 떠올린 음악은 블랙핑크의 'Lovesick girls'입니다. 저는 평소에 이 곡을 사랑을 포기하지 않은 이 여자들이 너무 멋있다고 생각하면서 듣곤 했어요. 블랙핑크의 수많은 노래들 중에 가장 감정적으로 세밀한 노래처럼 느껴져서 더 좋아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성소년》을 읽고서 같은 노래를 다시 들으니까, 더 이상 당차고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로 들리지가 않더라고요. 노래의 주체는 '사랑을 하고 있는 girls'이지만 가사 속에 자꾸 등장하는 '너'라는 인물의 입장에서 들어봤어요. 나는 진짜 너의 이런 사랑이 싫다 싫다 했는데 계속 이러면 너무 무서울 것 같은 거예요. '너'의 자리에 '요셉'을 넣어보면 완전히 다르게 들리기 시작해요. 몇 가지 가사를 예로 들어볼게요.
"영원한 밤 창문 없는 방에 우리를 가둔 love"
산장에 갇힌 요셉 입장에서는 며칠이 지났는지,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알 수 없는 채로 계속 밤들을 보내요. 그게 영원한 밤 처럼 느껴지겠죠. 그리고, 요셉의 방에 창문이 있긴 한데 제 구실을 못하는 느낌이에요. 자기 스스로 창문을 열 수 없고, 열고 싶으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만 하니까요. 결국 그곳은 '창문이 있지만 없는 방'이에요. 첫 가사가 요셉의 처지와 직접적으로 연결 되면서 시작되는 것 처럼 보였습니다.
"끝장을 보기 전에 끝낼 수 없어 이 아픔을 기다린 것 처럼"
이 가사 때문에 《성소년》의 주제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네 여성들이 요셉을 (자신들이 구해준 것 처럼 속이고) 돌보는 장면들에서 그들의 심리가 되게 괴로워하면서 맛보는 쾌락처럼 보이더라고요. 눈 앞의 요셉이 무방비의 상태에서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그들에게도 당연히 보일거잖아요. 그런 걸 보면 아플 만도 한데 당장 내 눈앞에 너, 요셉이 있다는 게 중요한 거예요.
"나를 불쌍해 하는 네가 내 눈엔 더 불쌍해”
마지막으로 이 가사는 모든 팬들을 위한 가사인 것 같아요. 소설 속의 모든 인물들은 어쩌면 서로가 서로에게 이런 마음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그들은 '팬'이라는 이름으로 묶여 있지만 서로를 견제하고, 비웃고, 깔보곤 해요. 심지어 이 네 여성뿐 아니라 그 외 등장하는 인물들도 누군가와 진심어린 대화를 하고 있는 것 같지만, 정작 속으로는 상대를 불쌍해 하죠. 아니면 상대가 나를 불쌍하게 여긴다고 믿어버리거나요.
작품 밖으로 나와서 보면, 모든 팬들은 자신이 덕질을 하는 것에 대해 온전히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근데 팬들은 덕질하면서 행복을 느끼거든요. 그래서 이 덕질의 기쁨을 알지 못하는 다른 사람들을 향해 ‘네가 나를 불쌍하게 여기지만 난 네가 더 불쌍해, 이런 행복을 모르니까’ 라고 말하고 있는 듯한 이 가사가 마음에 많이 남더라고요
ㅎㅇ 정말 지독한 노래네요. 오세연 하나씩 뜯어서 들어보니까 무섭죠. 저 이 노래 정말 좋아했는데 이제 못 듣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