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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히트와 SM의 PT는 어떻게 같고 다른가? (2021.03.22)

*다음 내용은 뉴스레터 <콘텐츠 로그> 66호에 발행 되었습니다.
1) "어떤 분들은 '그럼 빅히트는 없어지는건가?'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으실텐데요." 지난 금요일,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사명 변경을 공식적으로 알리는 ‘하이브: 뉴 브랜드 프레젠테이션’은 이런 질문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마련된 시간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빅히트 뮤직'이 되고, '빅히트 뮤직'에는 방탄소년단 뿐 아니라 뉴이스트와 세븐틴과 여자친구도 있고, '빅히트 뮤직'은 ‘하이브'라는 그릇에 속하는 3가지의 내용물 중 하나가 된다. 아니 뭐라고요? 같은 줄을 계속해서 읽게 되는 일이 불과 며칠 전의 나에게도 있었다. 빅히트가 사명을 변경한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정확히 어떤 식으로 구조가 바뀌는지 이해하고 싶었으면서도, 사실 나는 빅히트의 행보에 집중할만큼 집중력이 높지도 않았다. 그러나 빅히트의 PT는 놀라웠다. 대개 CEO가 등판하는 발표의 시간은 그럴듯하고 상징적인 단어들로만 채워져 있게 마련이다. 내 머릿 속에는 내가 밤잠을 줄여가며 구상한 큰 그림이 있다고! 이게 비전이라고! 이미 혁신이 시작 된 거라고! 띄엄띄엄 고래고래 외친다. 그러나 큰 그림이 듣는 사람들에게도 동시에 그려지지 않을 때 청중은 소외 된다. 하지만 이번에는 내가 분명한 청중이 되었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리고 지금까지 PT를 통해 좋게든 나쁘게든 잔상을 남겼던 또 다른 기획사로 나는 SM을 떠올렸다. 이 둘을 함께 살펴보면, 엊그제 내가 빅히트의 PT를 들으며 느꼈던 감상을 더 잘 나눌 수 있으리라 보았다.
2) ‘하이브: 뉴 브랜드 프레젠테이션’은 빅히트의 C레벨 라인업(방시혁 의장&CEO, 윤석준 글로벌 CEO, 박지원 HQ CEO)이 화상 연결 되는 연출로 시작된다. BTS의 아버지인 방 CEO는 이 발표를 보고 있는 대부분의 청중들에게 충분히 익숙할텐데, 나머지 두 사람을 처음 보게 됐을지 모를 사람들을 위한 밑밥이 먼저 깔린다. 빅히트에서 일한지 어느덧 10년이 넘어간다며 짧게 회고하는 윤 CEO에 이어, 작년 빅히트 합류 당시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와 비전이 분명하다고 느꼈다는 박 CEO의 소회가 이어진다. 그들은 “팬들의 불편함을 개선해서 팬경험을 확장하겠다는 생각”으로 공연장 바깥의 팬들이 기다림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했고, “글로벌 팬덤이 모여서 소통하고 연대할 수 있는 공간”인 '위버스' 플랫폼을 런칭했다는 등, 자사의 다양한 이력을 빠르게 전한다. 새로운 사명 '하이브'를 발표한 건 6분이 지났을 무렵이고, 그들은 레이블, 솔루션, 플랫폼이라는 세 가지 영역으로 개편 된다. 지난 2년여간, 빅히트가 인수합병을 통해 다른 기획사를 인수하는 걸 계기로 국내 아이돌 팬들은 ‘레이블’이라는 개념을 어느정도 학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사명 변경에 대해서는 약간의 의구심을 가질 수 밖에 없었을 거다. 그럼 빅히트는 없어지는 건가, 또는 계속된다면 어떤 방식으로 유지되는 것인가 하고 말이다. 팬들은 그게 가장 궁금하다. 그래서 뉴이스트가, 그래서 세븐틴이, 그래서 여자친구가 낙동강 오리알이 되는 건 아니겠지?
“어떤 분들은 그럼 빅히트는 없어지는건가?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건 아니잖아요.” ㅡ “물론입니다. '하이브'라는, 빅히트를 담을 보다 큰 그릇이 생겼다고 이해하시는 게 맞습니다."
한마디로 레이블은 모든 소속 아티스트들의 활동과 데뷔를 준비하는 연습생들을 육성하기 위해 움직이는 조직의 단위다. 그런데 또다른 조직 단위인 ‘솔루션’에 대한 설명이 이어질 때에 나는 정말 깜짝 놀랐다. 요즘 IT 사람들이 즐겨쓰는 모든 단어가 다 모여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솔루션즈의 조직구조는 시장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설계됐는데요. 독립적이면서도 유기적인 구조를 토대로 각각의 전문성을 고도화하고 가설과 검증을 반복하며 일사분란하게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게 됩니다.”
하이라이트 된 모든 단어를 제하더라도 ‘가설과 검증을 반복’하는 조직을 만들겠다는 건 방향성이 짐짓 분명하다. 이는 최고의 결과물을 위해 앞 뒤 안 가리고 전력을 다하겠다는 방식이 아니라, 자기 조직이 어떤 시장에 속해있는지 함께 살피면서 일하겠다는 선언이기 때문이다. 바로 앞서 레이블 구조를 통해 팬 청자가 궁금해할만한 부분부터 가장 먼저 해소해주었다면, 여기서는 플랫폼 및 IP 동종 업계 사람들을 분명하게 겨냥해서 말한다.
3) 10분을 채우지 않은 9분 50초가 되면, 빅히트 레이블 산하 소속 아티스트들이 등장하는 VCR이 재생된다. 말과 말 사이의 쉬는 시간(또는 팬들이 캡쳐할 거리를 제공하는 이벤트)일 수도 있지만, 그들은 이것 역시 빅히트의 새로운 캐치프레이즈를 위한 주요 콘텐츠로 배치한다. 이 영상은 “I BELIEVE IN _____” 이라는 빈칸을 소속 아티스트들이 각자 어떻게 채우는지 보여주는데, 팀마다 각자 다른 단어나 표식을 넣는다. 방탄소년단은 ‘연결'을 믿는다고 말하고(놀랍지 않았다), 투바투는 파인애플 피자를 믿는다고 말하며(이건 놀라웠다), 뉴이스트는 ‘:)’ 를 믿는다고 말한다. 나는 이중에 어느 한 팀 쯤은 빈칸에 '음악'이라는 단어를 넣고야 말거라고 예상했다. 그렇지 않은 걸 보니 이게 솔루션즈 조직이 조금 전에 말했던 ‘독립적이면서도 유기적인 것'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소속 아티스트들이 무엇을 믿는다고 말하는지 보여주는 건 더 큰 그림을 위한 초석이었다. 정말로 빅히트의 새로운 캐치프레이즈는 ‘I BELIEVE IN MUSIC’이었다. 결국 음악 얘기를 할 거였으면서 IT맨들의 심금을 울리는 단어들을 쓰고 있는 이 발표를 보면서, 빅히트의 다른 발표가 궁금해졌다. 그래서 작년 여름에 진행된 ‘공동체와 함께하는 빅히트 발표회: 2H 2020’를 들어보았다. 일자상 이 발표는 국내에 코로나 2차 대유행이 번지기 직전에 이루어졌다. 방 CEO는 2020년 상반기 내내 잡혀있던 방탄소년단의 월드투어 계획이 전면 수정되었다는 말과 함께 이 발표의 문을 연다. 그리고는 “팬들이 느꼈을 안타까움만큼 아티스트도, 회사도 마찬가지였습니다"라며, “콘텐츠와 팬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빅히트의 철학과 가치가 모든 의사결정의 중심에 있었다”고 강조한다. 기획사가 바이러스라는 변수를 대응해오다가 거의 너덜너덜해졌을 시점으로 추정되는 때에 그들은 팬부터 먼저 챙긴다. 그들의 주요 고객은 팬이니까. 이 발표의 클로징 멘트는 하버드 경영 대학원의 빅히트 아티스트 육성시스템과 철학을 연구한 케이스 스터디를 언급하는 걸로 맺는다. 하버드 석박사들이 연구하는 주제가 될 정도인 이 케이스 스터디는 '시스템의 효율성과 아티스트의 개별성 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빅히트의 의지'에 대한 기록이라는 부연설명도 덧붙인다. 빅히트라는 브랜드에 공신력을 더하며 마무리 되는 이 발표가 약 6개월 뒤의 뉴 브랜드 프레젠테이션에서는 다시금 ‘독립적이면서도 유기적인 것'이라는 표현으로 이어지는 걸 볼 수 있다.
4) 어쩌면 케이팝 팬들은 민희진 CBO가 2019년 7월에 빅히트에 합류한 후, 공식적으로 첫 인사를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발표를 들어보고 싶을지 모른다. 민희진 전 SM 아트디렉터가 선보인 대표작으로는 f(x)의 [pink tape]가 있다. 나는 그가 다른 환경에서 다른 걸그룹을 만든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필요이상으로 아쉬워했다. 같은 해 f(x)는 공식 해체했고, 그 모든 것들이 더해져 어딘가 즐거웠던 나의 한 시절도 허물어져내리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간 예비-아이돌만 디렉팅 해왔던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는 “많이 알려진 새로운 걸그룹 프로젝트 이전에, 오늘 소개해드리게 될 하이브는 물론 브랜드 시스템 정비와 그 내용을 신사옥 설비까지 잇는 일”을 했다며 근황을 전한다.
민 CBO는 이번 PT의 크레딧에도 '총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hief Creative Director)’로 기재되어 있다. 그를 주축으로 한 빅히트의 리브랜딩 프로젝트는, 전용 서체의 제작과 ‘하이퍼 레몬’이라는 메인 컬러가 정해지는 것은 물론, 그 과정을 개괄하는 발표까지 포함한다. 전반적으로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배경에 메인 컬러가 포인트로 더해지고, 그 하이퍼 레몬이라는 걸 그대로 소리로 옮겨놓은 듯한 효과음들이 요소와 장면이 전환될 때마다 뾱뾱 거리면서 이 발표를 듣는 이들을 시각적으로도 붙잡아둔다. 특히 나는 솔루션 조직구조의 유연함을 설명하면서 폴더 안의 파일을 마우스 커서로 옮기는 컷이나, CI 디자인을 설명하기 위해 오선지에서 기타의 줄을 튕기는 듯한 컷 같은 디테일이 좋았다.
발표 종료를 15분 정도 남겨두었을 즈음에는, 서울시 용산구 모처에 있는 신사옥 소개가 이어진다. 민 CBO는 여기서부터 도슨트 역을 도맡는데, 그의 유려한 가이드를 따라 공간을 둘러보다보면 당장 입사를 하고 싶어질 지경이다. 그는 이 회사에서 음악을 만들고 솔루션과 플랫폼을 운영하는 모든 구성원들을 '하이퍼 노마드'라고 칭한다. 이는 창조적인 일을 하는 지적 자산가라는 뜻인데, 실제로 하이브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창조적이고도 지적이라면, 근무하는 공간은 그들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거들 수 있겠는가에 관한 고민이 설계과정에 담겨있다. 신사옥을 소개하는 시간동안 몇 가지 인상적인 표현을 들을 수 있었다.
“누군가의 호불호에 의한 인테리어적 접근보다는 구조와 기능 위주의 건축적 접근 방식” "우리는 당장 이사할 수 있지만 오늘은 안락해야 합니다" “모아놓은 공간이 아닌 모여있는 공간"
사내 카페가 프릳츠라는 것이나, 허먼밀러 의자를 전면 배치했다는 것이나, 책상에 그림자가 지지 않게 특수 고안 된 천장을 설계했다는 것 등을 듣다보면 이 공간에 투여된 자본의 규모가 또 놀랍다. 그렇지만, 내부 구성원을 위한 공간의 정체성을 분명한 언어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 더욱 놀라운 지점이었다.
5) 무엇보다도, 빅히트의 PT를 들으며 ‘무한'과 ‘확장'에 대한 의미에 대해 곱씹게 될 줄은 몰랐다. 그 키워드는 선점효과에 의해 SM이 진작에 가져갔기 때문이다. 5년도 더 된 발표이긴 하지만, SM이 NCT 시스템을 선언한 ‘SMTOWN: New Culture Technology’ 발표를 빼놓을 수 없다. 17분이 지나 NCT라는 처음 들어보는 단어가 발음 되고, 아주 장엄하고 웅장한 음악이 깔리면서 갑자기 복면 마스크를 쓴 수십명의 사람들이 청중석에 있는 기자들 사이로 걸어나온다. 그들의 몸이 레이저를 마구 쏘이더니 일부는 가면을 벗어버리는데 얼굴이 잘 보이지는 않는다. 이어지는 짧은 퍼포먼스 무대에서 그들은 모두들 네오하고 컬쳐한 테크놀러지 덩어리로서 몸을 움직이고, 거기서 개개인의 캐릭터를 살짝이라도 맛보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 된다.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는 어쨌든 실재하는 NCT가 한 차례 무대 위와 청중 사이를 지나간 뒤, 이렇게 이야기한다. “새로운 문화기술의 결정체가 될 SM의 새로운 아티스트 ‘NCT’를 보셨습니다.” 발표가 31분이나 경과하고 나서야 거기서부터 무한확장 시스템에 대한 개념 설명을 시작한다. 즉, 17분부터 31분까지 이 발표를 듣는 사람들을 계속 미지와 어리둥절의 상태로 몰아가는 것이다. 발언권을 가진 한 사람의 스피커가 다소 무방비하게 청중을 내버려두었던 게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을 여전히 하게 된다. SM이 2016년 NCT라는 팀의 컨셉과 시스템을 설명하느라 동원했던 단어들은, 2020년이 되면 이제 NCT 바깥으로 뻗어나간다. SM의 이성수 대표는 'come up 2020 키노트 연설: Shining in the new normal'에서 슈퍼엠, 에스파, NCT 각각의 뮤비 중 단서가 되는 장면들을 보여주며, 무한히 확장되는 세계관이 SM 소속 아티스트들 사이에서 연결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복잡한 원칙이라면, 말하는 이는 최대한 간결하고 의미가 분명한 언어를 골라내야 하고 그것을 잘 전달하기 위해 모든 에너지를 기울여야만 한다.
“저희 SM엔터테인먼트도 테크 기업입니다. 저희는 ‘culture technology’냐 ‘cultural technology’냐 라는 것으로 열띤 공방을 벌일 예정입니다.”
“다만 여러분들이 보시는 모든 캐스팅과 트레이닝의 스탠다드, 그 원형은 제가 단연코 얘기하건대 저희 SM 엔터테인먼트의 문화 기술을 통해서 처음으로 시작 되었고, 디벨롭 되었고. 여전히 저희는 여러분들이 보셨던 거와는 전혀 다른 버전으로 캐스팅과 트레이닝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전체의 culture, 이 문화를 프로듀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뜻이죠. 저렇게 춤을 열심히 출 때 비디오는 단순하게 저 춤을 가운데서 잡지 않습니다. 어떠한 각도로, 손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스윙할 때 비디오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가면서 이러한 동작을 극대화하기도 하고, 부감을 잡기도 하고, 밑에서 잡기도 하고, 카메라가 쭉 돌아서 그 다음에 노래하는 친구를 정면으로 잡기도 합니다. 이러한 모든 것들이 지금 제가 얘기하면 너무 뻔한 것 같지만, 수백, 수천 가지가 합쳐진 것이 바로 저희가 갖고 있는 문화 기술이고요. 이 문화 기술이라고 하는 말, ‘culture technology’라는 말을 만들고, 문화 기술을 발명한 사람이 바로 이수만 프로듀서였던 겁니다.”
이성수 대표는 무슨 말을 하고 싶었을까? 그들이 구현하는 기술이 ‘컬쳐 테크놀로지'인지 '컬쳐럴 테크놀로지'인지는 아무도 궁금하지 않다. 기존의 케이팝 팬들이 예상할 수 있는 것과는 전혀 다른 버전으로 아이돌 연습생을 캐스팅하고 트레이닝 한다는 건 무엇을 말하는 걸까. 무엇보다도, '이수만 프로듀서'라는 특정인물의 공을 강조하는 말하기를 통해 기대하는 건 무엇일까. 나는 이 발표의 연사가 진짜 전달하고자 했을 메시지를 거의 모두 전달받지 못했다.
6) 다시 빅히트의 2021년으로 돌아오면 차이점이 분명해진다. 빅히트는 '무한'과 '확장'이라는 단어를 자신들의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들의 삶, 그리고 이것들을 만들어내는 조직과 사업, 그 속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구체적으로 수식하는 데에 쓴다.
“결국은 이 모든게 음악이고, 음악의 변주거든요. 저희는 음악이 음악 그 자체로서는 물론이고 다양하게 변주된 형태로서 삶의 확장을 돕는다고 보는 거고요.” ㅡ “저희는 음악, 아티스트, 엔터테인먼트를 훨씬 더 넓은 영역으로 이해하고 있죠.” “말씀하신대로 저희가 생각하는 음악의 변주는 무한대의 영역인데 그것을 다 설명하기에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라는 이름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ㅡ “마침내 본론이 시작되는군요!” “맞습니다. 그래서 현재 저희가 하고 있는 사업을 아우르고 동시에 연결, 확장할 수 있는 구조의 상징으로서 새로운 사명이 필요하다고 생각됐어요. 그리고 오늘 이 자리에서 그 사명을 발표하려고 합니다.”
빅히트가 '확장'이라는 단어를 '변주', '유연'이라는 단어와 함께 사용해서 개념을 구체화할 때, SM은 '확장'이라는 말 마저도 확장한다. (진짜 대환장이다.) 'come up 2020 키노트 연설: Shining in the new normal' 중에서도 별도의 짧은 클립으로 케이팝 팬들 사이에서 바이럴이 일었던 영상이 있다.
“이 모든 팀들이 무한히 확장되는 방식이 바로 NCT이고요. 저희는 일본, 동남아시아, 미국, 유럽, 호주, 그리고 나중에는 아프리카까지 NCT를 확장할 계획입니다. 믿기지가 않으시겠죠? 저도 믿기지가 않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해낼 것이고 이미 많은 저희와 계약한 아티스트 직전의 연습생들이 제가 조금 전에 말씀드린 것을 실현하기 위해서 구슬 땀을 흘리며 연습하고 있습니다.”
"믿기지가 않으시겠죠? 저도 믿기지가 않습니다"가 너무 웃겼는데, SM의 해결책은 규모의 경제로 밀어붙이겠다는 것에 가깝다. 무한히 확장되는 일을 왜 지속해야 하는지, 그게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낀다. 아이돌 지망 연습생 풀을 확보해놓아서 가능하다는 이야기 뿐이다. 그러나 빅히트에도 그런 연습생 풀이 있을테고, ‘공동체와 함께하는 빅히트 발표회: 2H 2020’에서 방 CEO는 이렇게 말한다.
”현재 소녀들은 내년 데뷔를 목표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 저를 주축으로 하는 빅히트 사단의 프로듀싱, 민희진 CBO의 감각적인 크리에이티브 디렉팅, 그리고 소스뮤직의 색깔과 걸그룹 노하우가 시너지를 내 블록버스터 걸그룹이 탄생될 예정입니다.”
그는 최고의 아이돌을 만드는 게 합작에 의한 시너지가 될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 SM은 언제나 기존의 NCT를 통해 또 다른 NCT 또는 아티스트들 간의 세계관을 상상해보라고 무리하게 요구한다. 그러나 빅히트는 (이미 SM을 통해 걸작을 보여주었던) 민희진 CBO, 빅히트가 인수한 기획사인 소스뮤직, 그리고 그들이 가진 것들을 연상 하면서, 앞으로의 새로운 아티스트에 대한 기대감을 더 구체적으로 제공한다. 빅히트와 SM 사이에는 또 다른 공통 키워드가 있었는데 그건 자사의 연습생들이 현재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는 거였다. 대표님들은 왜 구슬땀을 좋아할까? 재미있는 포인트였다.
7) 네 편의 PT를 관람한 총평은 없다. 다만 나는 케이팝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이 발표들을 앞으로 두 회사가 보여줄 새로운 팀, 그리고 속속들이 모든 걸 알 수는 없더라도 그들이 일하는 방식에 대해 가늠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았다. 언급 된 발표들은 온/오프라인 개최 여부와 발제의 범위가 저마다 조금씩 달랐다. 하지만 모두가 볼 수 있도록 공개된 콘텐츠인만큼 누가 들어도 이해가 되는지,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지 전달이 잘 되는지를 중심으로 감상하려고 했다. 아래 리스트를 통해 더 많은 분들이 오늘도 케이팝의 다차원적인 포인트에 매료되시기를 바라며!
HYBE: NEW BRAND PRESENTATION(2021.3.19) - 빅히트 사명 변경 기념 및 브랜딩 온라인 발표
Come up 2020: Shining in the new normal(2020.11.21) - SM의 ‘Come up 2020’ 컨퍼런스 메인 키노트 연설
Big Hit Corporate Briefing with the Community(2020.8.13) - 공동체와 함께하는 빅히트 발표
SMTOWN: New Culture Technology(2016.2.2) - SM의 NCT 시스템 발표
(2021/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