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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m Giong-A pure per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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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곡자
게스트 선정
《농담을 싫어하는 사람들》에 실린 이야기들의 두드러진 특징이 있다면, 과거의 역사적 사건 혹은 인물을 현재·미래의 시점에 데려다 놓고 그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현재·미래를 이야기하는 새로운 맥락을 만든다는 거예요. 이러한 점에서 저는 이 책을 열기 전에 들으면 좋을 곡을 선곡했어요. 허우 샤우시엔 감독의 2003년 대만 영화 중 <밀레니엄 맘보>라는 작품이 있는데요. 그 영화의 오프닝 시퀀스에서 나오는 음악 감독 임강의 'a pure person'이라는 곡입니다. 이 영화의 오프닝 시퀀스는 유튜브에서 바로 보실 수 있는데요. 롱테이크 촬영 기법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많은 귀감이 된, 일종의 레퍼런스가 된 그런 영상이예요. 영화가 시작되면 슬로우 모션이 걸려 있는 화면 안에서 어떤 여자가 엄청나게 긴 형광등이 켜져 있는 터널을 리드미컬하게 걸어가는데요. 앞으로 나아가기도 하고 잠깐잠깐 뒤를 돌아보기도 하는 굉장히 아름다운 장면을 담고 있어요. 그 장면에서 바로 이 노래가 흐르는데 그 위로 “이것은 10년 전 그녀의 이야기다" 라는 식의 나레이션이 깔려요. 실은 '나'를 '그녀'라고 지칭 하면서, 미래 시점의 내가 10년 전의 그녀에 대해 말하는 식입니다. 그래서 이 영화의 오프닝이 오늘 이야기 나눈 소설집은 물론이고, 정지돈 작가 다른 소설들의 오프닝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봤어요. 계속해서 뒤를 돌아보면서도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고 미래에 대해 이야기 하려는 지점 때문에요. 제게는 이런 것들이 정지돈 작가의 소설이 하고자 하는 일과 닮아 있게 느껴졌어요. 'a pure person'이 정지돈 소설의 세계로 들어가는 터널이라고 할 수 있겠죠. 실제로 제가 몰입이 필요할 때 이 곡을 많이 들어요. '긴 터널을 지나면 무언가를 펼칠 수 있을 거야'라는 마음으로요. 여러분도 한 번 최면에 빠져보시기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