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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귤 <디 아이돌>

선곡한 음악
게스트
with 뉴스레터 <스튜!> 레몬 에디터
에피소드 업로드일
2022/07/26
진행. ㅎㅇ 10일에 한 번씩 뉴스레터 <콘텐츠 로그>를 보내고, 격주로 팟캐스트 <두둠칫 스테이션>에서 말한다. ㅡ 초대손님. 레몬 10일에 한 번씩 케이팝 뉴스레터 <스튜!> 를 보낸다. 케이팝이라면 일단 듣고 보고 맛보지만, 가끔 다 먹고 후회하는 편.
ㅎㅇ 오늘의 선정 도서는 서귤 작가의 《디 아이돌》입니다. 이 작품은 2021년 제 9회 교보문고 스토리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 했는데, 수상 당시 작품명이 '소년 단죄'였더라고요. 줄거리를 이야기해볼게요. 극 중 국민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디 아이돌>은 이미 시즌 2까지 성공적으로 프로그램을 마쳤어요. 그러다 시즌 3 촬영 중에 한 연습생이 갑작스럽게 사망을 하게 되는거예요. 남아 있는 연습생 열 명 중 진범을 찾는 특별편이 편성되고, 여기서부터 오디션 프로그램의 문법에 따라 총 5회차에 걸쳐 범인을 찾게 됩니다. 국민 프로듀서가 국민 배심원이 되는 구조인 거죠. 특별편의 제목이 <디 아이돌: 소년 단죄>인데요. 초반에 이런 장면이 있어요. "이번엔 새로운 검색어로 '단죄 뜻'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단죄(斷罪) 1. 죄를 처단함. 2. 죄로 단정함."(p.25) 우리가 단죄라는 말을 평소에 잘 안 쓰잖아요. 그래서 프로그램 1화가 방영되고 나서 네티즌들이 '단죄'를 인터넷에 엄청 검색해보고, 그게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는 걸 묘사한 거예요. 저는 이 부분을 보면서 영화 <헤어질 결심>의 서래(탕웨이)가 '붕괴'를 검색하는 장면, JTBC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의 구씨(손석구)가 '추앙'을 검색하는 장면이 차례대로 떠올랐어요. 일상에서 잘 안 쓰는 단어를 뜬금없이 등장시키는 게 '대작의 조건인가?' 하는 생각마저 들더라고요. 레몬 '단죄'가 일상생활에서 쓸 일이 없는 단어이기 때문에 듣는 사람들에게 더 만족스러움(또는 짜릿함)을 전해주는 프로그램 제목이었다고 말하는 인물도 있었고요. 반면에, 이 소설에는 덕후 입장에서 볼 때 익숙했던 단어들이 많이 나와요. ㅎㅇ 한마디로 현실 고증이 너무 잘 되어 있어서 깜짝깜짝 놀라면서 읽게 되죠. 저는 써방*을 이렇게 전면적으로 다룬 소설이 있었던가 싶더라고요. 프로그램 출연진 중에 '서노아'라는 연습생이 있는데, 팬들이 SNS에 포스팅 할 때 '서성경', '서홍수', '서방주'라고 쓴다는 설정이에요. 노아가 성경 속 인물이니까요. *써방: '써치(search) 방지용 용어'의 줄임말로, SNS에서 특정 아이돌의 이름 대신 그를 연상하게 하는 다른 단어들을 포함하는 경우를 말한다. 아이돌 당사자가 자신의 이름을 검색하는 경우를 대비해, 팬은 각종 써방을 넣어 솔직한 기록 또는 주접을 이어나간다. 안티팬들이 이를 악용하는 경우도 있다. 레몬 만일 '노아'라는 인물을 써방하고 싶다면 '로아'라고 한다든지…. 이름 중 한 글자만 바꾸는 방법도 있긴 한데 이 소설에서는 아예 단어를 바꾸어버렸죠. 팬들이 SNS에서 이야기하는 모습을 그대로 반영했더라고요. 제가 놀랐던 다른 포인트는, 특정 연습생의 잘못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팬들끼리 연합해서 카드뉴스나 탄원서를 온라인에서 배포하는 장면이었어요. 어느 팬이 1인 시위를 하는 장면도 나오고요. ㅎㅇ 프로그램 다음 화를 예고하는 장면들도 자주 나오는데, 제작진이 편집점을 기깔나게 잡았더라고요. 사실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는 시청자 입장에서 환멸이 나는 지점 중 하나로 '예고편과 본방이 다를 때'가 있잖아요. 레몬 예고편으로는 대단한 일이 벌어진 것 처럼 온갖 흥미를 끌어 놓고, 본방에서는 그게 아무것도 아닌 일처럼 보여주니까 맥이 빠지는 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