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떠올린 음악은 방탄소년단의 'Whalien 52'입니다. 52 헤르츠 고래라는 게 있는데요. 이 고래는 망망대해에서 자기와 주파수가 맞는 동족을 찾아다니는 실존 생물이에요. 청소년기에서 성인기로 넘어가는 사람들이 가질 법한 불안정함과 외로움이 담겨있는 노래입니다. 소설 속의 스테프나, 저나 이런 감정을 느껴봤고, 그런 보편적인 정서를 담은 노래여서 선곡했습니다. 단, 52 헤르츠 고래는 끝내 동족을 만나지 못하고 죽을 수도 있지만, 동시대의 인간은 인터넷이 생기면서 전혀 다른 곳에 있는 사람과 연결될 수 있고 또 그런 걸 통해서 행복해질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잖아요. 그래서 저는 인터넷 세상에 희망을 걸어보는 편이에요.
가수 선정의 변을 조금 더해보자면, 에픽하이의 활동 이력이 오래 되어가면서 이제 에픽하이의 팬들이 가수로 데뷔하는 사례가 많이 늘어났어요. 그 중 세계적으로 제일 유명한 사례가 방탄소년단일텐데요. 자신들이 에픽하이로부터 받은 영향력을 음악에 녹여낸 티가 관찰할수록 보여요. 에픽하이의 노래에 아무한테도 이해 받지 못할 것 같지만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어 하는 식의 정서가 있는데, 방탄소년단도 막막함과 희망 사이에 있는 정서를 잘 전달한 음악들로 큰 호응을 얻어왔던 팀이니까요. 더불어, 이제 해외 케이팝 팬층의 존재도 어느정도 알려졌잖아요. 소설 속에서 캣넷에 모일 법한 친구들을 묶어주는 매개체가 어쩌면 현재 미국에서는 케이팝 아이돌일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