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둠칫 스테이션>은 에디터리, ㅎㅇ이 격주 코너를 맡고 있는 도서 팟캐스트 입니다. 저는 소설과 함께 들으면 좋을 음악을 큐레이션하는 코너 <믹스테이프 픽션>을 진행 합니다. 음악을 통해 소설을 좀 더 흥미를 가지고 읽으실 수 있도록 소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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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ㅇ '토베 얀손'은 1914년에 핀란드 헬싱키에서 출생한 작가이고 생애 화가, 일러스트레이터, 소설가 등등 다방면으로 활동을 했는데, 가장 유명한 작품은 아무래도 무민 시리즈일 것 같아요. 오늘 토베 얀손의 작품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건, 작가가 가진 이력이 흥미로워서였습니다. 이 사람이 꽤 다양한 활동을 했는데 요즘 저를 포함한 요즘 사람들이 되게 경도되어 있는 '다능인'이라는 개념이 있잖아요. 한 가지 영역이 아니라 되는 대로 일단 모든 영역을 다 파서 파이프라인화를 해야 된다는 생각이 만연한 시기인데요. 토베 얀손은 많은 분야에서 높은 수준의 역량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고 창작력이 불타오르는 그런 사람이기도 했죠. 토베 얀손 생애와 작품 얘기를 하면서 이러한 메시지들 속에서 좀 초심을 다질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소설 《페어플레이》는 해변이 보이는 집에서 복도를 사이에 두고 각자의 작업실에서 살고 있는 욘나와 마리의 이야기에요. 해변이 보이는 집은 아마도 토베 얀손이 살았던 북유럽의 어느 섬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듯 합니다. 저희가 한국 독자다 보니, 이를테면 영미권 소설을 보거나 일본 소설을 읽을 때보다는 북유럽 작가가 쓴 소설에 대해 읽기전부터 거리감이나 오해가 있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핀란드에 대해서 우리가 알거나 모르는 것들에 대해 먼저 이야기를 해보면 좋겠습니다.
영국인 저널리스트 마이클 부스가 쓴 스칸디나비아 5개국 기행문 《거의 완벽에 가까운 사람들》을 보면, 핀란드인은 세계에서 가장 과묵하고 소문이나 의미 없는 잡담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되어 있어요.* 그리고 어느 해인가 한 설문조사에서 핀란드인들더러 자신을 설명하는 형용사를 선택하라고 했는데 "느린, 충실한, 직설적인, 내성적인, 시간을 잘 지키는"같은 키워드를 꼽았다고 해요. 가서 살고 싶어요.
구구 유명한 핀란드 속담 중에 "내성적인 핀란드인은 대화할 때 자신의 신발을 쳐다보고, 외향적인 핀란드인은 상대방의 신발을 봅니다"라는 말이 있대요. 저는 완전 박장대소를 했어요. (...) 그리고 트위터에 '오세요 핀란드'라는 계정이 있었는데, 그 계정이 진짜 인기가 많았어요.** 그 계정에 올라오는 트윗들을 보면 핀란드는 차갑고 개인주의 성향이 짙은 곳 처럼 보였는데요. 그런 식으로 그 나라에 대해 조금은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기도 했던 것 같아요.
토베 얀손 <페어플레이>
2022/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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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민&슬롬-일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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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달빛-발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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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우림-에우리디케
with 구구 들불 대표
ㅎㅇ 일단 '농담'이라는 키워드가 제목에 들어가 있으니, '조금 유머러스한 이야기인가?' 라는 첫인상이 생기게 되는데요. 작가의 말에 따르면, 작가 스스로가 재미있게 읽었다는 거죠. 어떤 의미에서는 자신이 만든 이야기에 관한 자신감일 수도 있을테고요. 아니면, 남이 어떻게 읽어주는지는 크게 상관 없다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어요. 그리고 팟캐스트 <책읽아웃>에서 정지돈 작가가 "작가의 첫 번째 독자는 자기자신이다"라는 요지의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어느정도는 내가 나를 위해서 쓰는 측면이 있다라는 걸로 이해 했어요.
*책읽아웃 '오은의 옹기종기: 소설가 정지돈 “다른 방식의 산책과 위로”' (2021.10.28)
정미 정지돈 작가의 책을 보면 힙합의 '샤라웃(shout out)' 같은 지점이 있어요. 정지돈 작가가 자신의 작품 속에 언급하거나, 작품 외적으로 이야기를 하는 다른 작가 분들이 다수 계신데요. 박솔미 작가, 오한기 작가, 이상우 작가, 금정연 서평가, 강동호 평론가 등등이요. 저는 그분들의 책이 출간되면 읽든 읽지 않든 사거나, 그도 아니면 도서관에서라도 일단 빌려보는 편이에요. 제가 그분들의 책을 자꾸 읽으려는 건, 그것들이 제가 추구하는 방향과 닮아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어요.
2015년에 정지돈 작가를 포함해 위에서 언급된 작가·서평가·평론가 분들이 《후장 사실주의》라는 이름의 잡지를 만든 적이 있어요. 이게 대체 무슨 제목인가 싶잖아요? 이 잡지에는 너무나 많은 영화라든가, 책이라든가, 음악이라든가, 철학자의 이론 같은 것들이 계속 인용 되어 있어요. 그와중에 현실의 인물과 사건을 그 사이사이에 녹여 내면서 새로운 맥락을 만들어내고요. '이게 진짜 있었던 일을 이야기 하는 거야? 아니면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창작이야?' 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는데요. 그런 것이 중요하다기보다는, 그 자체를 연구하는 데에 집중하는 논문과도 같아요. 정지돈 작가가 언젠가 인터뷰에서 스스로를 '패턴주의자'로 표현한 적이 있어요. 마치 퀼트를 하듯이 인용을 통해 새로운 맥락을 만드는 거죠. (이 표현은, 저자의 또 다른 책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기억에서 살 것이다》(2019, 워크룸프레스)에도 나오고요.)
ㅎㅇ 정지돈 작가께서 인터뷰를 많이 해주신 점이 정말 다행스럽습니다. 유용한 가이드가 되어주고 있어요.
정미 이런 책들을 볼 때 독자로서는 하이퍼링크 식의 읽기를 하게 되는데요. 각주와 참고 문헌을 하나하나 따라서 읽는다거나, 본문 속에 나열된 대명사들을 면밀히 따라가보지 않더라도 그런 것들을 보고 있다보면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그 속에서 여전히 조용히 책을 펼쳐서 조용히 덮는 식으로 독서를 하고 싶기도 하고요.
ㅎㅇ 저 역시 그 지점에서 매력을 느꼈던 것 같아요. 세부 정보를 찾아보거나 맥락을 온전히 파악하지 않더라도 그 자체가 흥미롭다는 점에서요. 제가 개인적으로 하는 작업들도 자체 발생된 한 덩어리의 이야기라기 보다는, 주변의 것들을 자꾸 끌어오는 식인데요. 제가 그런 방식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인용을 잘 하는 작가들을 볼 때 감탄스러운 부분도 있고요.
정미 저는 명사에 대한 수집욕이 있어요. 생각해보면, 왜 이 분들은 서로서로를 이렇게까지 호명을 하는가? ‘정연 씨를 만났는데’ ‘지돈 씨를 만났는데’ ‘한기 씨를 만났는데’ 뭐 이런 것들이 계속 나오잖아요. 그저 단순한 호기심으로 흘러가는 명사들을 보는 게 즐거워서 계속 정지돈 작가의 책을 읽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ㅎㅇ 지금 말씀하신 것들이 《농담을 싫어하는 사람들》에만 한정되는 감상은 아니겠네요. 대체적으로 정지돈 작가의 책을 읽기 전에 그런 식의 마음가짐을 먹게 되신다는 거죠. 일단, 저는 이 책을 다 읽고나서 두가지 생각을 했는데요. 첫 번째는, '어떡하지?' 였어요. 대체 이 소설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하면 좋지? 18편의 소설이 하나의 메시지를 관통한다고 보기 어려웠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래서 무리해서 엮는 시도는 좋지 않겠다 싶었고요. 두 번째는, 웃음소리를 예로 들어서 ‘하하하’와 ‘호호호’와 ‘낄낄낄’이 있다고 할 때 그들간의 차이는 무엇일까? 이 소설은 그 웃음소리들 중 어디에 가장 가까울까? 라는 점이었어요.
정미 약간 소리 나지 않는 웃음 아닌가요?
ㅎㅇ 맞아요. 세상에 없는 웃음소리 같아요.
정미 그렇다고 뭔가 만면의 미소 이런 건 절대 아니죠! 저는 농담을 제일 잘하는 사람은 농담 싫어하는 사람이다 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이 책에 [이 작품은 허구이며 사실과 유사한 지명이나 상황은 우연의 일치임을 밝힌다]라는 제목을 가진 단편 소설이 실려 있어요. 제목이 이것입니다. 이건 마치 드라마나 영화가 끝나면 "이 작품은 픽션입니다" 라는 문장이 뜨는 것과 같죠. 저는 이 문장이 이 책을 관통할 수 있는 주제 또는 컨셉이 아닐까 싶었어요.
정지돈 <농담을 싫어하는 사람들>
2022/09/13
🥖
김제형-노래의 의미
🥖
Lim Giong-A pure person
with 유정미 기획자
ㅎㅇ 이희주 작가의 장편 소설 《성소년》을 간단하게 한 줄로 소개하자면 '90년대 인기 아이돌 요셉을 납치한 네 여성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야기는 으스스한 산장 안에 요셉을 납치한 것으로 시작 되는데요. 아무튼, 장르가 범죄 소설인데요. 저는 사실 너무 무서웠습니다. 이 소설을 다 읽고 나서 악몽을 이틀 동안 꿀 정도였어요.
오세연 저는 '으악 너무 무서워!' 이러진 않았어요. 근데, 귀신이 나오는 영화보다 '옆집 사는 사람이 무서운 영화'가 더 무서운 것 뭔지 아시죠. 오히려 제가 소설 속 여성들 중에 한 명이 될까 봐 무서웠달까요. 이미 책을 읽으신 분들이라면, 이 중 한 명이라도 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에 공포를 느끼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요셉의 팬이었던 사람들이 결국에는 광기, 집착, 범죄까지 가게 되니까요. 요즘 사생팬 문제가 많은데 《성소년》에서는 사생을 넘어서서 정말 '이 사람을 소유하겠다'는 욕망들이 강하게 보이니까요. 물론, 제가 그런 사람들과 비슷하다고 말하기는 조심스럽지만, 네 명의 여성이 팬들의 다양한 바운더리를 품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ㅎㅇ 이 소설이 재미있는 점은 요셉이 누워 있는 손님 방에 여성들이 차례로 입장 할 때 그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마음의 소리나 행동을 통해, 그들이 어떤 덕질을 했을 것 같은 사람들인지를 드러내 보인다는 점이에요. 그들이 아이돌을 어떻게 덕질하는지에 관한 장면을 묘사하는 게 아니고요.
이희주 <성소년>
2022/01/11
❤️🔥
가인-Paradise lost
❤️🔥
블랙핑크-Lovesick Girls
❤️🔥
TRPP-a joke
with <성덕> 오세연 감독
ㅎㅇ 다섯 편의 수록작들 중 저희가 각별히 재미있게 읽은 두 작품이 일치했어요. 각각의 줄거리를 요약해볼게요.
윤이나 〈아날로그 로맨스〉
"연애 서바이벌 프로그램 '아날로그 로맨스'가 열린다. 단, 열 명의 참가자들은 모두 다른 국가 출신이며 공용어나 번역기의 부재 속에서 사랑의 화살표를 주고 받을 운명이다. '준'은 헤어진 연인이자 이 프로그램의 또 다른 참가자인 '올리'와 못 다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프로그램 출연을 감행하는데 . . ."
김효인 〈오류의 섬에서 만나요〉
"세상에 도망병이 생겼다. 사람들이 번아웃 증후군의 변형된 형태인 '런아웃 증후군'을 앓기 시작했다. 삶의 의욕이 없는 이들은 PW(Perfect world) 사가 운영하는 맞춤형 치료 프로그램에 참가한다. 이 프로그램은 개인이 겪어 온 트라우마 및 삶의 어려움이 모두 제거 된 스테이지에 입장하면서 시작된다. 그러던 어느 날, 런아웃을 앓는 '서이'와 '도현'이 속한 스테이지에 오류가 발생하는데 . . .”
윤혜은 이 소설집 한 권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한 생각은 '내 미래의 연애에 대해 이렇게까지 생각해보게 될 지는 몰랐다' 입니다. 저의 근황을 돌아보자면 어려운 일이었거든요. 근데 이 책을 만나면서 정말 뜻밖에도 내가 다시 누군가를 사랑할 수도 있는 사람 일 수 있겠다라는 기대와 희망을 가져갈 수 있게 됐어요. 만일 제가 가까운 미래에 연애를 하게 된다면, 그것은 다 해인 님과 《무드 오브 퓨처》 덕분이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ㅎㅇ 전혀 예상치 못한 뜨거운 감상에 감사드리고요. 저는 책 제목을 계속 곱씹었던 것 같아요. 읽기 전에는 약간 신비주의가 곁들여져 있었는데, 읽고나서도 역시 신비주의를 유지하는. (웃음) 그런데, 이 소설집이 아주 먼 미래를 얘기하기 보다는 근미래 로맨스라는 설정에 충실하잖아요. 항상 멀리 있는 것 같아 보이고 예상하거나 대비하지 못하고 있던 것들이, 어쩌면 내 생각보다 더 빨리 다가올 수 있겠다는 걸 실감했던 것 같아요.
윤이나 외 <무드 오브 퓨처>
2022/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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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set Rollercoaster-Vani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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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예린-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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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앤오프-여름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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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필-외딴섬의 외톨이
with 윤혜은 작가
ㅡ 진행. ㅎㅇ 10일에 한 번씩 뉴스레터 <콘텐츠 로그>를 보내고, 격주로 팟캐스트 <두둠칫 스테이션>에서 말한다.
ㅡ 초대손님. 레몬 10일에 한 번씩 케이팝 뉴스레터 <스튜!>
를 보낸다. 케이팝이라면 일단 듣고 보고 맛보지만, 가끔 다 먹고 후회하는 편.
ㅎㅇ 오늘의 선정 도서는 서귤 작가의 《디 아이돌》입니다. 이 작품은 2021년 제 9회 교보문고 스토리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 했는데, 수상 당시 작품명이 '소년 단죄'였더라고요. 줄거리를 이야기해볼게요. 극 중 국민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디 아이돌>은 이미 시즌 2까지 성공적으로 프로그램을 마쳤어요. 그러다 시즌 3 촬영 중에 한 연습생이 갑작스럽게 사망을 하게 되는거예요. 남아 있는 연습생 열 명 중 진범을 찾는 특별편이 편성되고, 여기서부터 오디션 프로그램의 문법에 따라 총 5회차에 걸쳐 범인을 찾게 됩니다. 국민 프로듀서가 국민 배심원이 되는 구조인 거죠.
특별편의 제목이 <디 아이돌: 소년 단죄>인데요. 초반에 이런 장면이 있어요. "이번엔 새로운 검색어로 '단죄 뜻'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단죄(斷罪) 1. 죄를 처단함. 2. 죄로 단정함."(p.25) 우리가 단죄라는 말을 평소에 잘 안 쓰잖아요. 그래서 프로그램 1화가 방영되고 나서 네티즌들이 '단죄'를 인터넷에 엄청 검색해보고, 그게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는 걸 묘사한 거예요. 저는 이 부분을 보면서 영화 <헤어질 결심>의 서래(탕웨이)가 '붕괴'를 검색하는 장면, JTBC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의 구씨(손석구)가 '추앙'을 검색하는 장면이 차례대로 떠올랐어요. 일상에서 잘 안 쓰는 단어를 뜬금없이 등장시키는 게 '대작의 조건인가?' 하는 생각마저 들더라고요.
레몬 '단죄'가 일상생활에서 쓸 일이 없는 단어이기 때문에 듣는 사람들에게 더 만족스러움(또는 짜릿함)을 전해주는 프로그램 제목이었다고 말하는 인물도 있었고요. 반면에, 이 소설에는 덕후 입장에서 볼 때 익숙했던 단어들이 많이 나와요.
ㅎㅇ 한마디로 현실 고증이 너무 잘 되어 있어서 깜짝깜짝 놀라면서 읽게 되죠. 저는 써방*을 이렇게 전면적으로 다룬 소설이 있었던가 싶더라고요. 프로그램 출연진 중에 '서노아'라는 연습생이 있는데, 팬들이 SNS에 포스팅 할 때 '서성경', '서홍수', '서방주'라고 쓴다는 설정이에요. 노아가 성경 속 인물이니까요.
*써방: '써치(search) 방지용 용어'의 줄임말로, SNS에서 특정 아이돌의 이름 대신 그를 연상하게 하는 다른 단어들을 포함하는 경우를 말한다. 아이돌 당사자가 자신의 이름을 검색하는 경우를 대비해, 팬은 각종 써방을 넣어 솔직한 기록 또는 주접을 이어나간다. 안티팬들이 이를 악용하는 경우도 있다.
레몬 만일 '노아'라는 인물을 써방하고 싶다면 '로아'라고 한다든지…. 이름 중 한 글자만 바꾸는 방법도 있긴 한데 이 소설에서는 아예 단어를 바꾸어버렸죠. 팬들이 SNS에서 이야기하는 모습을 그대로 반영했더라고요. 제가 놀랐던 다른 포인트는, 특정 연습생의 잘못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팬들끼리 연합해서 카드뉴스나 탄원서를 온라인에서 배포하는 장면이었어요. 어느 팬이 1인 시위를 하는 장면도 나오고요.
ㅎㅇ 프로그램 다음 화를 예고하는 장면들도 자주 나오는데, 제작진이 편집점을 기깔나게 잡았더라고요. 사실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는 시청자 입장에서 환멸이 나는 지점 중 하나로 '예고편과 본방이 다를 때'가 있잖아요.
레몬 예고편으로는 대단한 일이 벌어진 것 처럼 온갖 흥미를 끌어 놓고, 본방에서는 그게 아무것도 아닌 일처럼 보여주니까 맥이 빠지는 때요.
서귤 <디 아이돌>
2022/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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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니-Cl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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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Harmony-Pyram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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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보이즈-salty
with 뉴스레터 <스튜!> 레몬 에디터
박현주 <나의 오컬트한 일상>(2017, 엘릭시르, 전 2권)
ㅡ 진행. ㅎㅇ 10일에 한 번씩 뉴스레터 <콘텐츠 로그>를 보내고, 격주로 팟캐스트 <두둠칫 스테이션>에서 말한다.
ㅡ 초대손님. 구구 여성과 책을 잇고, 책과 활동을 연결하는 여성 독서 커뮤니티 들불의 운영자다.
ㅎㅇ 지난 에피소드에서 이민진 작가의 《파친코》를 다뤘는데요. 저희 코너에서 다루는 첫 구간이었어요. '그동안 왜 반드시 신간 소설 이야기만 하려고 했던 걸까' 하는 생각이 스스로 들더라고요. 숨겨진 작품이라고 생각되는 것들을 발굴하는 재미라는 게 있는 법이니까요. 오늘 함께 읽을 책은 5년 전에 출간된 박현주 소설 《나의 오컬트한 일상》(2017, 엘릭시르, 총 2권) 입니다. 박현주 작가는 번역가로 왕성하게 활동하면서, 에세이도 쓰고, 소설도 쓰고, 장르 비평도 합니다. 구구님은 박현주라는 이름을 언제 어디서 처음 알게 되셨나요?
구구 제가 도로시 세이어즈라는 작가를 엄청 좋아하는데요. 도로시가 쓴 탐정물 '피터 윔지 경 시리즈'의 첫 책이 《시체는 누구?》(2008, 시공사)에요. 그 책을 박현주 번역가가 작업했고요. 저는 그때 처음 인지하게 됐죠.
ㅎㅇ '시체는 누구'요? 제가 제대로 들은 게 맞나요…?
구구 네, 맞습니다. 이 책이 진짜 재미있거든요. 그런데 외국 작가가 쓴 책이 재미있게 읽힌다는 건, 사실 번역가의 역량 덕이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저는 그런 책을 만났을 때 번역가의 이름을 무조건 기억해둬요. 그 역자가 번역한 작품을 따라 읽는 게 되는 거죠. 그렇게 읽게 된 책이 마가릿 밀러의 가정 스릴러물 《엿듣는 벽》(2015, 엘릭시르)이에요. 이 책도 무척 재미있습니다.
ㅎㅇ 저는 박현주라는 이름을 에세이 《당신과 나의 안전거리》(2020, 라이킷)로 처음 접하게 됐어요. 원래 운전에 전혀 관심이 없던 사람이 40대가 되어서 운전면허를 취득하게 된 걸 계기로 쓴 에세이예요. 운전과 관련된 키워드를 거의 서른가지 정도 뽑은 후 자신의 삶과 연결 지어 쓴 글인데요. 각각의 꼭지에 거의 다섯가지의 서로 다른 콘텐츠가 언급되어 있어요. 그렇게 엮어내는 방식을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생각을 많이 했고요. 박학다식함. 좋잖아요. 그래서 읽자마자 사랑에 빠졌는데, 아직도 저는 면허를 따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책이 너무 좋아서 약간 흔들릴 뻔했어요. 이 참에 운전을 해볼까 하고요.
구구 그 박학다식함이라는 포인트는 저도 《시체는 누구?》를 읽을 때 느꼈던 부분이에요. 피터 윔지 경이 셰익스피어의 말을 비롯해서 인용을 정말 많이 하거든요. 읽는 입장에서 인용구에 대한 해석이 필요해질 때가 오는데 그런 것까지 다 번역되어 있더라고요.
ㅎㅇ 오늘 이야기할 소설에도 중간중간 인용구가 많죠. 그런 점에서는, 두 권 구성인 소설인데 두 권만 읽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고 좀 더 포만감이 느껴지는 이야기인 것 같기도 해요.
구구 이 책이 연작소설이라서 각각의 에피소드마다 하고 있는 이야기가 다른데요. 큰 줄기는 주인공 '도재인'이 오컬트 소재로 글 쓰는 일을 의뢰받게 되면서 취재 현장에 가고, 그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여주고 있어요.
ㅎㅇ 주인공의 직업이 번역가이면서 프리랜서 작가라고 나와 있어요. 실제로 그 두 가지 일을 하고 있는 박현주 작가가 투영된 캐릭터인 듯 싶어 흥미롭게 느껴지는 대목이었어요. 프롤로그를 보면, 재인이 다리를 다쳐서 집에서 쉬던 중에 새로운 일감을 받게 되어요. 33쪽부터 35쪽에 걸쳐, 주인공이 어떻게 일을 의뢰 받게 되는지 상세한 내용이 담긴 제안 메일 전문을 보면서 저는 정말 무릎을 쳤습니다. 이거 완전 실용서예요. 어떻게 쓰여 있는지 그대로 따라가 볼게요. (소설 속 메일 본문의 문장에는 볼드 표기를 하겠습니다.)
보내는 사람. 고민서
받는 사람. 도재인
"안녕하세요. 《오씨 매거진》 피처 에디터 고민서입니다." 인사 후, 고민서 씨는 누구로부터 재인의 연락처를 소개받았는지까지 밝히고서 매체 소개를 합니다.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의 라이프 스타일, 패션과 뷰티를 다루는 저희 《오씨 매거진》은 지금 창간 준비 중인 잡지입니다." 너무 무서운 말이죠. 창간 준비 중. 이건 '제안을 하는 당신에게 지금 가시적으로 보여줄 건 없어, 콘셉트는 있어, 근데 구체적이진 않아, 같이 만들어 가자'라는 뜻일 텐데요. 처음부터 기획의 폭을 많이 열어두는 것이니, 일을 받는 입장에서 어떤 분들은 좋아하실 수 있겠지만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는 저에게 있어) 창간 준비 중인 잡지란 좀 무서운 대상입니다. 그러면서 당신이 예전에 기고한 어떤 글을 재밌게 읽었고, 이런저런 부분이 재밌었다고 콕 집어서 말해줘요. 그러면서 "저희 잡지에 딱 맞는 필자라고 생각을 했어요."라는 말을 덧붙입니다.
그 후, 요청하려는 일에 대한 상세 내용이 이어집니다. 의뢰해 주시는 고민서 씨가 그래도 꽤 솔직하게 메일을 쓰셨어요. 여성의 라이프 스타일과 패션과 뷰티를 다루는 매거진인데, 다만 사장님이 오컬트적 요소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바람을 가지고 있다고요. 그런데 "저희는 정확히 어떤 기사를 실어야 될지 알 수 없더라고요."라면서 그래서 당신에게 의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해주죠. 그러면서, 생활에 밀접한 오컬트를 소개해 주는 내용이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고 해요. 이렇게 상대에게 고민하고 있는 걸 솔직하게 공유 해주는 건 고마운 일 같아요. 이 일을 제안하는 다른 후보 리스트가 없었을 것으로 예상되고, 이건 딱 재인을 위한 일이었던 것 같아요.
아쉬운 것은 이 메일을 마무리할 때 기사의 분량, 주기는 언급했지만, "구체적인 형식이나 취재비 등은 전화로 의논 드리면 어떨런지요?"라고 하는 부분이에요. 섭외 비용도 쓰여 있어야 하는데 말이에요.
구구 그 부분이 정말 아쉬웠죠. 뭐든 다 문서화되어 있으면 좋으니까요.
ㅎㅇ 하지만 이런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왜 당신과 이 일을 하고 싶은지, 이 일을 의뢰하는 우리는 누구인지를 정말 잘 밝혀준 메일이어서 읽는 쾌감이 있었습니다. 이런 메일을 쓰려면 물론 품이 많이 들겠지만, 기본을 지키지 않는 메일이 많잖아요.
구구 저는 최근에 메일 분량에 대한 고민을 가지고 있어요. 필요한 내용은 다 들어가되 길면 안 된다고 생각 하는데, 이 메일은 분량도 인상 깊었거든요. 적당하다고 느껴졌고, 구어체로 쓰여 있어서 잘 읽히기도 했고요.
ㅎㅇ 이렇게 잘 쓰인 메일 뒷부분에 P.S.가 달려 있어요. 거기에 뭐라고 쓰여 있죠?
구구 "물고기 자리시라고요? 저희 발행인께서는 전갈 자리라서 서로 잘 맞을 것 같다고 좋아하셨습니다. 나중에 생시까지 알려주시면 사주를 한 번 보고 싶다고 하시네요."라면서 오컬트 일 의뢰임을 잊지 않게 하는 장치를 달아두죠.
ㅎㅇ 정말 위트 있는 P.S. 인 것 같아요. 이 메일을 받고 나서 재인이 어떤 선택을 했는지 바로 나오는데요. "오컬트를 지향하는 잡지라니 흥미로우면서도 수상한 느낌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격월에 한 번 취재 기사를 써도 된다니 내게는 꽤 편리한 조건이었다."(p.35-36)이라는 거예요. 일단 지금 재인이 다리를 다친 데다가, 뭐든 월간보다는 격월간이 낫고, 주간보다는 월간이 나은 법이니까요.
구구 텀은 길수록 좋죠.
ㅎㅇ 만약에 오씨매거진이 월간지였으면 꼭지가 12개가 됐을 거 아니에요. 그럼 소설도 6장 구성이 아니고 12장 구성이 됐을지도 모르고요. 여러모로 좋은 주기였습니다.
구구 여러 가지 설정이 다 합리적이었던 것 같아요.
ㅎㅇ 제안 메일 파트가 사실 전체 소설의 전개와는 별도의 요소이긴 한데, 전 정말 재미있게 읽었어요. 같이 일을 하는 사람들의 첫 상이 메일인 경우가 많잖아요. 물론 첫인상을 전화로 전하고 싶어 하는 분들도 있지만요. 최대한 상세하고 성의가 있는 메일을 쓰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도 누군가에게 제안을 할 일이 있을 때 그렇게 하려고 하고요.
구구 그런데 전 잘 쓰인 메일을 만나본 적이 몇 번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가끔은 고도로 잘 쓴 메일을 한 번 받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뭔가 읽는 순간 '전율이 일 정도의 엄청난 메일이다!' 같은 느낌을 받는 그런 메일을 한 번쯤은 받아보고 싶네요.
ㅎㅇ 들불에 제안을 주십시오. 여러분…. 전율이 이는 메일로….
박현주 <나의 오컬트한 일상>
2022/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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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RING X 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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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unluck
with 구구 들불 대표
ㅎㅇ 오늘 이야기를 나눌 도서는 나오미 크리처의 장편소설 《캣피싱》(2021, 허블) 입니다. 저한테는 조금 낯선 작가였는데요. 나오미 크리처는 20년 동안 SF 및 판타지 소설을 써왔고, 국내에 번역된 책으로는 소설집 《고양이 사진 좀 부탁해요》(2020, 리프)가 유일합니다. 오늘 저희가 다룰 책이 두 번째로 국내에 번역된 작품이에요. "현재 미네소타 주에서 고양이 4마리와 함께 살고 있다. 고양이 마릿수는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고 작가 소개 란에 써 있어요. 발표한 작품 제목에도 계속 '캣'이 들어가 있는 걸 보니 고양이를 정말 좋아하는 작가 같죠? 애묘인 독자 분들이라면 나오미 크리처라는 이름을 알아두시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작품에는 AI가 등장하는데, 특이점은 '인격이 있는 AI'이지 않을까 싶어요. 극 중, 10대 소년인 '스테프'는 전학을 너무 많이 다녀서 다섯 번째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어요. 근데 전학을 너무 많이 다니다 보니까 마음이 맞는 친구를 만나도 계속 우정관계를 지속하기가 어렵다는 개인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고요. 그러다가, 다섯 번째 고등학교에서 '레이철'이라는 친구를 만나게 돼요. 레이철을 만나기 전까지의 스테프는 '캣넷'이라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만난 친구들과 마음을 잘 나누고 있어요. 서로 정확히 나이도, 사는 곳도 모르지만 소중한 온라인 친구들 입니다. 스테프가 계속 전학을 다니는 이유는 이혼한 아빠가 엄마와 자신을 계속해서 쫓아온다는 합리적인 의심 때문이에요. 그래서 엄마가 자다가 갑자기 이사를 가자고 하면, 짐 싸들고 바로 떠나야 하는 생활을 하고 있고요. 사실, "MZ세대에게 최적화된 SF스릴러"라는 띠지카피 하나 때문에 읽기 시작했는데요. 불안정한 10대의 이야기이면서, 온라인 커뮤니티를 전면적으로 다루고 있으면서, AI를 중심으로 한 스릴러 SF 소설이라, 이야기 해볼 거리가 꽤 많은 소설입니다. 이 작품 어떻게 읽으셨나요.
예미 처음에 읽을 때는 스릴러라고 해서 장르명이 당황스럽게 느껴졌어요. 전반부에는 인터넷을 사랑하는 청소년 스테프의 일상생활을 중심으로 전달되는 정보들이 있잖아요. 서서히 이야기가 진행 되다가 어느 순간 떡밥이 딱 회수되고 절정으로 달려가는 순간이 있어요. 그 달려가는 순간부터 책을 읽는 속도가 두 배로 뛰는 좀 희한한 경험을 했습니다. 전반부와 후반부에서 다른 재미를 주는 책이었습니다.
ㅎㅇ 뒷부분으로 갈수록 읽는 속도가 더 빨리 붙는다는 점을 저도 비슷하게 느꼈습니다. 저희가 제목 얘기도 같이 해보면 좋을 것 같은데요. '캣피싱'이라는 단어에 대해 이전에도 알고 있으셨나요?
예미 아니요. 사실 책을 통해서 처음 이 단어를 알았어요. 물론 이전에도 '캣'과 '피싱'은 알고 있었지만요. (웃음) 인터넷에서 사람을 사귀고, 그 과정에서 자아를 꾸며서 드러내는 행위라고 책에 정의되어 있더라고요. 실제로 사용 되는 단어이기도 하고요. 근데 소설 속의 친구들이 고양이 사진을 매개로 소통을 하기도 하니까 중의적 의미를 가지는 것 같아요.
나오미 크리처 <캣피싱>
2022/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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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파-SAVEGE
with 예미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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